EP.1
30년 지기 친구들의 모임.
카페 한켠, 반가움이 채 식기도 전에
각자의 '언어'가 터져 나온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사는 게 다 그렇지. 요즘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그랬구나, 힘들겠네.
근데 너네 그거 알아? 울 집 강아지가 아파서 말이야.“
공감은 1초,
전환은 광속.
서로의 말줄임표를 견디지 못하고
각자의 이야기로 핸들을 꺾는다.
◎ 동문서답의 향연
이어지지 않는 대화를
용케도 이어가는 우리.
◎ 기승전 '나’
누군가 화두를 던지면
"나도 그런 적 있어!"라며
기어이 마이크를 뺏어오고야 만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영원히 까먹을 것 같은
절박한 눈빛들.
◎ 단기 기억 상실
나도 질세라 틈을 노린다.
친구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는 찰나,
아... 하려던 말이 증발했다.
한참 뒤,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떠들썩할 때
갑자기 아까 그 말이 툭 튀어 오른다.
맥락도 없이, 흐름도 깨고 불쑥.
"아, 맞다! 아까 그게 뭐였냐면!"
기분 나쁠 법도 한데,
친구들은 찰떡같이 받아준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같이 웃는다.
맥락은 없지만 마음은 통하고
주제는 산만해도 위로의 밀도는 높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말할 수 없이 즐겁다. ㅋ
서로의 빈틈을
깔깔거리며 메워줄 수 있는
우리는 30년 지기,
산만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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